지즈 급행 미야모토무사시역→20분→사노모 신사→10분→미야모토 무사시 신사
→15분→잇칸 시미즈→10분→가마사카 고개→10분→가마사카→25분→
현경계 비석→30분→에카와 신사→30분→히라후쿠ㆍ사요 분기점→65분→
지즈 급행 히라후쿠역
【3시간 35분】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소설에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태어나 자란 마을로 등장하는 미야모토무라(현 미마사카시 미야모토)에서 사요로 이어지는 이나바 가도를 걷는다. 돗토리 번주도 참근교대(지방 영주가 정기적으로 에도 막부로 나와 근무를 했던 제도) 때 지났다고 하는 길을 걸으며 에도시대(1603-1868)를 상상해 보자.
지즈 급행을 타고 하리마 지방에서 구 지방경계선에 걸쳐 있는 하치다니 터널을 넘어 미마사카 지방으로 들어가서 처음 나오는 역이 미야모토무사시역이다. 플랫폼에 내려서면 무사시가 자랐다는 마을의 조용하고 한가로운 풍경이 다가온다. 역 앞으로 나오면 오쓰, 무사시 그리고 마타하치의 동상이 맞이해 준다. 세 사람을 사진에 담고, 지금은 ‘무사시의 마을’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마을 중심부로 가자.
도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미야모토 무사시를 기념하는 ‘무사시 무도관’의 큰 지붕이다. 무사시가 만든 칼의 날밑을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오나무치노미코토를 주요 제신으로 모시는 사노모 신사를 먼저 방문해 오늘 여정의 안전을 기원한다. 주변에는 ‘고린보’ 숙소와 ‘자료관’ 등 볼거리도 많지만, 갈 길이 멀어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무사시의 누나가 시집간 히라오 가문의 초가지붕 주택, 무사시의 묘가 있는 무사시 신사를 돌아본 후 가마사카 고개로 접어든다. 쉬고 싶은 생각이 막 나던 찰나에 때마침 그 부근에 ‘잇칸 시미즈’ 샘물이 있다. 물은 마시지 못하지만 잠시 쉬었다 가자.
이나바 가도는 돗토리 번주가 참근교대를 위해 에도(지금의 도쿄)로 갈 때도 지났던, 하리마와 이나바 두 지방을 잇는 주요 가도였다. 경사는 그리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걸어가다 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개 정상의 대나무숲에 있는 ‘다테바 지장존’은 2대째로 쇼와시대(1926-1989)가 되어서 세워졌다. 지금은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다는 소문을 듣고 참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상에는 ‘오쓰 찻집’이 서 있다. 에도시대에는 돗토리 번주가 휴식을 취하는 건물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두 채의 찻집이 나그네를 맞이했다고 한다.
땀이 식으면 가마사카 마을로 내려가자. 곧바로 아주 오래된 낡은 가옥이 눈에 띈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쌍히 느껴지는 풍경이다. 마을로 내려가기 바로 전에 석조물이 나란히 서 있는 곳이 나온다. 벚꽃 시즌이라면 여기서 사진을 찍고 싶다. 고개를 다 내려가 보니 돗토리 고속도로가 나 보란 듯 앞을 가로지르고 있어 시골 풍경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꼭 보고 싶은 거목이 하치다니 고개와의 합류점에서 상류로 100m 올라간 곳에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추정 수령은 400년, 사람 눈높이 위치에서의 줄기 둘레가 6.3m인 ‘구실잣밤나무’ 고목이다.
원래 따뜻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상록활엽수가 이곳에서 자란다는 것이 드문 편이어서 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뭇결을 쓰다듬으면서 큰 기운을 받아 두자. 그 다음엔 에도시대 중기에 오곡풍양을 기원하며 세워진 미즈가키 신사도 방문해 보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009년의 호우피해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에카와가와 강가로 내려간다. 봄이 되면 갑자기 둑길이 벚꽃의 분홍색으로 한꺼번에 물들어 밝고 화려한 경치로 바뀐다. 에카와가와 강을 넘어가는 돗토리 고속도로 교각 아래는, 더운 계절이 되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모이는 장소이다. 교각 옆에 에도시대에는 가마사카 고개에서 이 근처까지가 오카야마현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경계표지’가 복원되어 있었고, ‘구 오카야마현ㆍ구 효고현 관할경계표’라고 적혀 있었다.
미마사카 지방에서 하리마 지방으로 바뀐 이 지역 사람들의 심정을 상상하면서 강가의 농촌 풍경을 즐긴다. 그러는 사이에 분카7년(1810)에 건립된 에카와 신사의 정문 앞에 도착한다. 운치가 있는 정문이라 신사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분안4년(1447)에 건립된 멋진 장식의 본전이 나온다. 현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 에마(소원을 적어 신사에 걸어두는 나무판)를 모아둔 건물에 볼거리도 많으니 여기서 잠시 쉬기로 하자.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와 히라다니구치를 지나면 삼차로가 나온다. 직진하면 사요의 중심지로 가지만, 이번에는 왼쪽으로 꺾어 신덴자카 고개를 넘는다. 성벽을 연상시키는 돌담이 있는 저택을 지나면 고개 정상에서 편안한 표정의 지장보살이 반겨주었다.
고개 언덕을 내려오는 도중에 리칸성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훌륭한 산 풍경을 바라보면서 국도 373호를 건넌다. 역참마을 풍정을 간직하고 있는 옛스러운 거리를 자유로운 기분으로 걷다보면 이윽고 히라후쿠역이 나온다.